다이어트 정체기, 한 번쯤 경험해 보셨을 겁니다. 분명 전보다 덜 먹고 있는데 체중계 숫자는 꿈쩍도 않는 그 답답함. 저도 그 시기에 지방 섭취를 조금씩 늘리는 방향으로 식단을 바꿔봤고, 예상과 다른 변화를 몸으로 경험했습니다. 버터가 정체기를 풀 수 있다는 얘기, 그냥 넘기기엔 원리가 꽤 탄탄합니다.

정체기, 덜 먹어서 안 풀리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도 초반엔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덜 먹으면 빠진다. 그래서 식사량을 계속 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체중은 멈추고, 오히려 몸이 더 무거운 느낌이었습니다. 운동을 늘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이건 먹는 양의 문제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체기가 생기는 핵심에는 인슐린(Insulin)이 있습니다. 여기서 인슐린이란 혈당이 오를 때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혈중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집어넣거나 지방으로 변환해 저장하는 역할을 합니다. 쉽게 말해, 인슐린이 높은 상태에서는 몸이 지방을 꺼내 쓰지 않고 오히려 더 쌓으려 합니다.
탄수화물을 줄이지 않은 채로 칼로리만 줄이면, 혈당과 인슐린은 여전히 자주 출렁입니다. 그 상태에서는 아무리 칼로리를 줄여도 체지방 연소가 원활하게 일어나기 어렵습니다. 2023년 BMC 연구에 따르면 탄수화물 섭취를 하루 20~50g 수준으로 제한했을 때 인슐린 분비가 평균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출처: BioMed Central). 인슐린이 낮아지면 몸은 비로소 저장된 체지방을 꺼내 쓰기 시작합니다.
저탄고지 식단을 병행하지 않은 채 버터만 덩어리째 먹는다고 해서 살이 빠지지는 않습니다. 제가 경험상 가장 먼저 깨달은 것도 이 부분이었습니다. 탄수화물을 먼저 줄여야 인슐린이 낮아지고, 그 상태에서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공급하는 방식이 효과를 냅니다.
버터가 케톤 대사를 어떻게 바꾸는가
저탄고지 식단을 유지하다 보면 몸이 연료를 바꾸는 시점이 옵니다. 이를 케토시스(Ketosis)라고 합니다. 케토시스란 탄수화물 공급이 줄어들었을 때 간이 지방을 분해해 케톤체(Ketone bodies)를 생성하고, 이를 뇌와 근육의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대사 상태를 뜻합니다. 여기서 케톤체란 지방이 간에서 분해될 때 만들어지는 고효율 연료로, 포도당보다 단위당 더 많은 ATP를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버터가 이 과정에서 하는 역할은 단순히 칼로리를 채우는 것 이상입니다. 지방을 섭취하면 인슐린이 거의 분비되지 않습니다. 덕분에 몸이 케톤 대사 상태를 유지하기 훨씬 쉬워집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지방을 아침에 소량 먹고 나면 오전 내내 배고픔이 크게 줄었습니다. 예전에는 식사를 줄이면 하루 종일 허기가 따라다녔는데, 그 느낌이 확연히 달랐습니다.
이때 그렐린(Ghrelin)이라는 호르몬이 관련됩니다. 그렐린이란 위에서 분비되는 배고픔 신호 호르몬으로, 공복이 길어지거나 칼로리 섭취가 부족해지면 농도가 올라가 식욕을 자극합니다. 저탄고지 식단에서 지방을 충분히 섭취하면 그렐린 분비가 억제되어 포만감이 오래 유지된다는 점이 이 식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입니다.
다만, 여기서 지방의 종류를 가릴 필요가 있습니다. 마가린, 쇼트닝, 정제 식물성 기름처럼 산화 과정에서 트랜스지방(Trans fat)이 생성될 수 있는 가공 유지류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트랜스지방이란 불포화지방산에 수소를 첨가하는 경화 공정에서 발생하는 지방의 일종으로, 혈중 LDL 콜레스테롤을 높이고 H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포화지방 자체와 심혈관 질환의 직접적 인과관계는 최근 연구들에서 과거보다 약하게 해석되고 있지만(출처: The BMJ), 가공된 저품질 지방은 여전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전에서 어떻게 먹어야 효과가 나는가
버터를 어떻게 먹느냐도 중요합니다. 제가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처음부터 많은 양을 먹으면 속이 더부룩하고 오히려 몸이 무거워질 수 있습니다. 한 번은 기름진 음식을 과하게 먹었다가 그날 하루를 망친 적이 있었거든요. 양 조절이 핵심입니다.
실전에서 도움이 되는 방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침에 버터 약 15g을 소금 한 꼬집과 함께 섭취하면 전해질 보충과 포만감을 동시에 잡을 수 있습니다.
- 방탄커피(Bulletproof Coffee)를 만들 때는 뜨거운 드립커피에 무염버터와 MCT 오일을 넣고 믹서기로 20초간 유화시키면 지방 입자가 미세하게 분산되어 흡수에 유리합니다.
- 탄수화물은 하루 총량을 의식적으로 제한해야 합니다. 밥을 먹더라도 반 공기 이하로 조절하지 않으면 인슐린이 다시 올라가 지방 연소가 막힙니다.
- 버터는 칼로리가 15g 기준 약 110kcal입니다. 과도하게 먹으면 체지방 연소가 지연될 수 있으므로 하루 섭취량을 적절히 조절해야 합니다.
버터의 품질도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AOP 인증 버터는 프랑스 정부가 부여하는 원산지 보호 명칭(Appellation d'Origine Protégée)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이즈니(Isigny) 지역에서 특정 사육 방식과 18시간 이상의 전통 발효 과정을 거친 원유만 사용하는 엄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AOP 인증이 없는 일반 이즈니 버터를 먹었는데도 다른 버터들과 비교했을 때 풍미 차이가 느껴졌습니다. 다이어트 목적으로 처음 시도하신다면 일반 이즈니 버터부터 시작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한 가지 주의사항은 저탄고지 초반에 나타날 수 있는 케토 플루(Keto flu)입니다. 케토 플루란 저탄고지 식단 전환 초기 1~7일 사이에 인슐린 감소로 나트륨과 수분이 급격히 배출되면서 발생하는 두통, 피로감, 어지러움 등의 증상을 말합니다. 이때는 소금물을 아침에 한 잔 마시고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면 대부분 1~2주 내에 해소됩니다.
2주 내에 해소됩니다.
마지막으로, 이 방법이 모든 분에게 동일하게 작동한다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LDL 콜레스테롤이 유전적으로 민감하게 반응하는 체질이라면 의학적 모니터링을 병행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제 경험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고, 정체기를 풀고 싶다면 버터를 덥석 늘리기보다는 탄수화물 조절과 양 조절이라는 기본 원리를 먼저 이해하고 시작하시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몸이 보내는 신호를 천천히 확인하면서 조절하다 보면, 체중계가 다시 움직이는 시점이 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전문가와 상담 후 진행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