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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른 당뇨의 진실 (내장지방, 인슐린저항성, 당화혈색소)

by richman21 2026. 5. 29.

솔직히 말하면 저도 오랫동안 당뇨를 "살찐 사람들의 병"으로 생각했습니다. 주변에서 당뇨 진단을 받은 분들을 보면 대부분 체형이 있는 편이었고, 마른 사람이 당뇨라고 하면 의아하게 여겼으니까요. 그런데 관련 내용을 파고들수록 그 생각이 꽤 위험한 오해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특히 한국인 체질과 식단 변화가 맞물리는 지점에서, 당뇨는 생각보다 훨씬 더 교묘하게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한국인은 왜 특히 당뇨에 취약한가

국내 당뇨병 유병률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습니다. 대한당뇨병학회가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30세 이상 성인 6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이며, 당뇨 전단계까지 포함하면 그 비율은 훨씬 높아집니다(출처: 대한당뇨병학회).

여기서 핵심은 한국인이 단순히 "많이 먹어서" 당뇨가 늘었다는 단순한 설명을 넘어서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인은 수십만 년에 걸쳐 상대적으로 적은 칼로리 환경에 적응해 온 체형입니다. 그 결과 췌장 베타세포(beta cell)의 인슐린 생산 능력이 서구인 대비 유전적으로 제한적인 경향이 있습니다. 여기서 췌장 베타세포란 췌장 안에 위치하며 혈당이 올라갈 때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를 말합니다. 자동차로 치면 연료를 공급하는 펌프 역할입니다.

그런데 1980년대 이후 피자, 햄버거, 패스트푸드 같은 고열량 서구식 식단이 국내에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인슐린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습니다. 몸의 구조는 그대로인데 연료 요청량이 갑자기 몇 배로 늘어난 셈입니다. 이 불균형이 한국인에게 당뇨가 유난히 많아진 핵심 이유 중 하나로 보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체형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체형에 비해 감당할 수 없는 식단 변화가 문제라는 것. 그게 생각보다 많은 것을 설명해줍니다.

내장지방이 당뇨를 만드는 방식

많은 분들이 지방을 하나의 덩어리로 생각하는데, 실제로는 피하지방과 내장지방은 전혀 다른 물질처럼 작동합니다. 피하지방은 몸의 외형을 만들고 체온을 보호하는 물리적 역할을 주로 합니다. 반면 내장지방(visceral fat)은 호르몬을 분비하는 대사 기관에 가깝습니다. 여기서 내장지방이란 복강 안쪽, 즉 장기들 사이에 쌓이는 지방으로, 겉에서 보이지 않는 지방입니다.

문제는 내장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면 아디포사이토카인(adipocytokine)이라는 물질을 분비한다는 점입니다. 아디포사이토카인이란 지방세포에서 나오는 활성 물질들을 통칭하는 말로, 대부분이 체내 염증을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합니다. 이 염증 환경이 결국 인슐린 신호 전달 과정을 망가뜨립니다.

더 구체적으로 보면, 내장지방에서 흘러나온 유리 지방산(free fatty acid, FFA)이 근육세포와 지방세포의 인슐린 수용체 신호 체계를 교란합니다. 원래 인슐린이 포도당을 세포 안으로 들여보내려면 글루트4(GLUT4)라는 포도당 수송 단백질이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글루트4란 인슐린 신호를 받아 세포막으로 이동해서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들어오는 통로를 열어주는 단백질입니다. 그런데 지방산이 많아지면 이 수용체 신호 체계가 타이로신 인산화 대신 세린 인산화 방향으로 틀어지면서 통로가 제대로 열리지 않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입니다.

제가 이 메커니즘을 처음 제대로 이해했을 때 솔직히 좀 충격이었습니다. 당이 악당이 아니라, 당이 들어갈 문이 망가진 것이 문제라는 시각. 원인을 잘못 짚으면 해결책도 어긋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른데 왜 당뇨인가, 내장지방이 답이다

이 부분이 제가 처음 접했을 때 가장 예상 밖이었습니다. 마른 사람이 당뇨라는 게 직관적으로 이해가 안 됐거든요.

한국인 체형은 서구인처럼 피하지방이나 근육 볼륨으로 잉여 에너지를 분산시키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과잉 에너지가 내장지방으로 몰리는 경향이 생깁니다. 팔다리는 가늘고 배만 볼록 나오는 이티(E.T.) 체형이 바로 이 경우입니다. 체중계 숫자는 정상이거나 오히려 낮은데, 내장지방은 가득 찬 상태. 이 상태가 전체적으로 살찐 사람보다 오히려 대사 부담이 더 큰 경우도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아예 체형이 마르고 배도 나오지 않는데 당뇨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췌장 베타세포 자체의 기능이 선천적으로 더 제한된 케이스로 볼 수 있습니다. 같은 식사량이어도 인슐린 분비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해 혈당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이는 생활 습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전적 소인이 강하게 작용하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한국인의 당뇨 위험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췌장 베타세포의 유전적 인슐린 생산 한계
  • 서구화된 고열량 식단으로 인한 인슐린 수요 급증
  • 내장지방 과다 축적으로 인한 인슐린 저항성 증가
  • 체중이 정상 범위임에도 내장지방이 많은 마른 비만 체형

이 네 가지가 동시에 맞물릴 때 당뇨 위험은 크게 올라갑니다.

당화혈색소, 1년에 한 번이면 충분히 잡는다

당뇨 진단 방법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과거에는 금식 후 혈당 검사가 기본이었지만, 지금은 당화혈색소(HbA1c) 검사가 주요 진단 지표로 자리 잡았습니다. 당화혈색소란 혈액 속 헤모글로빈이 포도당과 결합한 비율을 측정하는 검사로, 최근 약 6~8주간의 평균 혈당 수준을 반영합니다. 금식 없이 언제든 검사할 수 있고 수치도 안정적이라서 신뢰도가 높습니다.

일반적으로 당화혈색소 6.5% 이상이면 당뇨, 5.7~6.4%는 당뇨 전단계로 분류합니다. 5.7% 미만이 정상 범위입니다(출처: 대한내분비학회). 당뇨 전단계 단계에서 식단과 운동으로 생활 습관을 바꾸면 충분히 정상 수치로 되돌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 내용을 접하고 나서 주변 지인들에게 "건강검진에서 당화혈색소 수치 확인했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수치가 뭔지도 모르고 넘겼다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검사는 했는데 숫자의 의미를 몰랐던 거죠. 병을 안다는 것만으로도 생활 습관이 바뀔 수 있다는 말이 이 지점에서 실감이 났습니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초기 당뇨는 다 되돌릴 수 있다"는 표현은 다소 조심스럽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췌장 베타세포 기능이 이미 상당히 손상된 경우에는 생활 습관 교정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내과 전문의와 상담해서 현재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결국 당뇨는 하루아침에 생기는 병이 아닙니다. 오랜 시간 쌓인 식습관과 대사 부담이 임계점을 넘으면서 드러나는 것입니다. 마른 체형이라고 안심할 수 없고, 배가 조금 나왔다고 그냥 넘길 수 없습니다. 연 1회 당화혈색소 수치를 확인하는 것, 생각보다 훨씬 간단하면서도 이른 개입을 가능하게 해주는 방법입니다. 겉모습이 아닌 대사 상태를 기준으로 내 몸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공개된 의학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당뇨 진단 및 치료는 반드시 전문 의료기관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ant789paR4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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